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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통지서를 받은 날, 나는 10년 전 아침에 눈을 떴다.
처음엔 꿈인 줄 알았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누렇게 바랜 벽지와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 15년 전에 이사 나온 그 낡은 집 안방이었다.
"여보, 안 일어나? 공장 늦겠다."
문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아내였다. 3년 전, 내 곁을 떠난 아내의 목소리.
나는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앞치마를 두른 아내가 주방에서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주름 하나 없는 얼굴. 마흔둘의 아내가 거기 서 있었다.
"왜 그렇게 봐? 귀신 봤어?"
"...아니. 아무것도."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식탁 위에 놓인 신문을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2016년 7월 18일.**
부도 통지서가 날아온 그날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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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넘어갈 리 없었다. 나는 숟가락을 든 채로 머릿속을 정리했다.
2026년 7월. 태호인쇄는 부도가 났다. 30년 된 공장이 문을 닫았고, 직원 여덟 명이 뿔뿔이 흩어졌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회사를 내 손으로 말아먹은 것이다.
시작은 거래처 어음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대성인쇄 조대성이 있었다.
"아빠, 나 학원비."
교복을 입은 딸이 손을 내밀었다. 고등학생. 그래, 2016년이면 얘가 고2였지. 나는 지갑에서 오만 원을 꺼내주다가 멈칫했다.
지갑 속 신분증. **강태호. 1974년생.**
마흔둘의 내가 거기 있었다.
"아빠 왜 울어?"
"운동을 안 했더니 하품만 해도 눈물이 나네."
딸이 피식 웃으며 나갔다. 나는 식탁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게 꿈이라면 깨지 마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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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도착하니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골목까지 울렸다. 10년 만에 듣는 소리였다. 아니, 어제까지 듣던 소리인가. 뭐가 됐든 좋았다.
"사장, 왔어?"
박씨 아저씨가 기름때 묻은 장갑을 벗으며 웃었다. 25년 경력의 우리 공장 기둥. 부도 나던 해,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고 나간 그 양반이 멀쩡하게 인쇄기 앞에 서 있었다.
"아저씨."
"왜."
"...오래 삽시다, 우리."
"이 양반이 아침부터 뭔 소리야."
그때였다.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경리 미스 김이 수화기를 들더니 나를 불렀다.
"사장님, 한성출판이요. 이번 달 결제, 어음으로 하겠다는데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한성출판. 기억났다. 2016년 여름, 우리는 한성출판의 석 달짜리 어음을 받았다. 그리고 그해 겨울, 한성출판은 부도가 났다. 우리 공장이 처음으로 크게 휘청였던 사건. 모든 몰락의 첫 단추.
전생의 나는 그 어음을 받았다. 거래 끊기는 게 무서워서.
수화기를 넘겨받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번엔 다르다. 나는 10년 뒤에서 왔다. 이 바닥에서 누가 망하고 누가 흥하는지, 전부 아는 채로.
"사장님?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 한성출판 경리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입을 열었다.
"부장님. 죄송한데, 어음은 못 받습니다."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미스 김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박씨 아저씨가 장갑을 든 채 굳었다.
그리고 등 뒤에서, 지팡이 소리가 들렸다.
"방금... 뭐라고 했냐."
아버지였다.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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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화 예고
어음을 거절한 대가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직 모른다 — 아들이 10년 뒤에서 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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